일렉트로어쿠스틱 음악은 소리에 관한 것이 아니다

(ericchasalow.com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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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• 전자음악의 발달로 인해 소리의 조작과 음색(timbre)이 강조되면서, 전통적인 서사 구조와 피치의 구체성(pitch specificity)이 경시되는 현상에 대해 비판적으로 고찰함.
  • 아무리 추상적인 음향 재료를 다루더라도, 음악의 본질은 시간 속에서 구조가 전개되는 과정에 있으므로 시간적 서사의 정교한 통제가 필수적임.
  • 피치(pitch)는 화성적 뼈대를 구축하고 음악적 궤적을 이끄는 핵심 도구이며, 전자음악의 새로운 가능성은 과거의 기악적 지식과 피치의 디테일을 폐기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합하여 새로운 의미의 층위를 쌓는 데서 비롯됨.

[작곡에 있어서의 시간성과 서사, 그리고 피치 구조의 소외]

  • 전자음악 영역에서 서사적 구조(narrative structure)와 피치의 구체성(pitch specificity)이라는 기본적인 작곡 개념이 사장되고 있는 현상을 지적함.
    • 피치의 중요성을 주장하는 것은 작곡계에서 반동적(reactionary)이거나 진부하다는 비판을 감수해야 하는 위험한 입장이 되었음.
  • 음악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인 '시간'에 대한 담론에서 심각한 인식의 변화가 발생함.
    • 음악을 시간에 따라 전개되는 서사 형식으로 인식하는 태도를 시대착오적인 것으로 간주함.
    • 비시간적(non-time-based) 예술에서 차용한 '사운드 오브제(sound-object)'와 같은, 시간을 부정하는 대안적 용어의 사용이 당연한 관행으로 자리 잡음.
  • 소리의 물리적 층위가 아무리 추상적이고 피치가 없는(unpitched) 것처럼 보이더라도, 피치에 대한 인식과 통제 능력은 여전히 음악적 이점을 제공함을 역설함.
    • 음악의 본질은 구조가 매 순간순간 전개되는 양상, 즉 '시간' 그 자체에 관한 것임.
    • 시간에 대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소리는 단순한 소리(sounds)에 불과하며, 소리가 시간 속에서 전개될 때 비로소 음악적 사고(musical thought)가 생성됨.

[스튜디오 작곡 환경이 초래한 소리 본질에 대한 탐구와 개념적 변화]

  • 전자음악의 맥락 안에서 소리의 생성 및 조작 가능성이 무한해짐에 따라 소리 자체의 본질에 대한 탐구가 극도로 심화됨.
    • 스튜디오에서 직접 소리를 다루고 실시간으로 자료를 듣고 변경하는 즉각성(immediacy)은 기악곡 작곡과는 구별되는 엄청난 만족감을 제공함.
  • 제작 방식의 근본적인 변화는 음악이 의미를 구현하는 방식 자체의 변화를 이끌어냄.
    • 음악적 아이디어를 전달하는 주요 매개체로서 피치의 비중이 축소되고, 음색(timbre)이 전경화(foreground function)됨.
    • 이러한 흐름은 20세기 초 쇤베르크(Schoenberg)의 작품 번호 16번 중 '색채(Farben)' 악장과 셸시(Scelsi)의 작업에서 이미 발전하고 있었음.
    • 1950년대 이후 소리를 포착하고 조작하는 기술의 발전이 이러한 개념적 전환을 더욱 가속화함.

[새로운 음향 재료와 시간적 서사의 관계]

  • 새로운 재료가 새로운 접근 방식을 요구하는 것은 사실이나, 이것이 서사를 형성해야 하는 필요성을 소거하지는 않음.
    • 오히려 각각의 인지적 공간에 존재하는 독특한 소리들은 새로운 서사적 명확성을 부여할 수 있음.
  • 영화(film)와의 유추를 통해 음악의 다중 서사 잠재력을 분석함.
    • 영화와 마찬가지로 음악 또한 여러 서사를 엮어 아이디어의 흐름에 복잡성을 더할 수 있음.
    • 교차 편집(crosscutting)이나 플래시백(flashback) 등의 기법을 통해 비선형성의 강력한 환상을 만들어낼 수 있음.
    • 그러나 물리적 시간은 오직 앞으로만 흐른다는 사실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음을 강조함.
  • 음악적 시간을 세심하게 구조화해야 하는 필연적 이유를 제시함.
    • 정교하게 구조화된 시간은 청취자에게 더 깊은 몰입(intensified engagement)을 요구하고 보상함.
    • 이를 통해 작곡가는 미묘하면서도 강력한 방식으로 기억(memory)을 환기할 수 있음.

[대안적 시간 철학에 대한 비판과 경험의 연속성]

  • 20세기 중반 이후 등장한 전통적인 음악적 시간관을 파괴하려는 철학적 시도들을 검토함.
    • 메시앙(Messiaen)의 '영원(the eternal)'으로서의 정적 상태(static).
    • 슈톡하우젠(Stockhausen)의 '순간 형식(moment form)'.
    • 조나단 크레이머(Jonathan Kramer)의 '불연속성(discontinuity)'.
  • 이러한 다양한 대안 철학들에도 불구하고, 한 순간에서 다음 순간으로 이어지는 경험의 흐름에는 고유한 힘이 존재함을 피력함.
    • 인간의 뇌가 여러 인상을 동시에 쥐고 유동적으로 재배열할 수 있음은 사실이나, 하나의 작품을 감상하는 본질은 여전히 '요소들의 연속적인 전개'에 기반함.
    • 요소들의 순서 배치가 전체의 감상 경험을 주도함.
  • 서사의 결여가 초래하는 한계를 지적함.
    • 작곡가가 청취자에게 서사적 여정을 따르도록 설득하지 못한다면, 청취자는 산발적으로만 인지하게 됨.
    • 이는 응집력 있는 논증(cohesive argument)이 아니라 파편화된 순간들의 모음(assemblage of moments)만을 제공하는 결과로 이어짐.
  • 우연성(aleatoric) 음악의 한계와 작곡가의 역할을 규명함.
    • 존 케이지(John Cage)의 철학과는 반대로, 일상에 편재한 사물과 우연적 경험이 평범함(mundane)을 뛰어넘어 아름다운 구조로 인식될 가능성은 매우 낮음.
    • 의미 있는 연결을 창조하고 드러내는 것이 예술가의 역할이며, 작곡가에게 '시간'은 이를 달성하기 위한 가장 강력한 도구 영역임.

[청취 환경의 변화와 음악적 경험의 위기]

  • 작곡가의 모든 서사적 시도는 청취자가 음악을 경험하는 데 필요한 '시간'을 기꺼이 할애할 때만 성립할 수 있음.
  • 현대 사회의 매체 환경이 집중력 있는 청취를 저해하고 있음을 우려함.
    • 디지털 기기(devices)에 의해 매개되고 5초 단위의 덩어리(five-second chunks)로 경험이 파편화된 삶 속에서 긴 시간의 집중은 희귀해짐.
    • 청취자가 기꺼이 집중하고 곡 전체를 완청할 것이라는 전제는 순진한 발상일 수 있음.
    • 그러나 이 전제를 포기하는 것은 음악적 경험 자체를 포기하는 것과 같음.
  • 음악을 감상하는 맥락의 다변화(콘서트홀과 같은 공식적 공간 vs. 온라인이나 지하철과 같은 비공식적 환경)가 음악 수용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더 큰 논의가 필요함을 암시함.

[피치(Pitch) 통제력 상실에 대한 비판적 진단]

  • 소리 자체와 음색에 대한 관심의 증가가 피치의 무의미화로 직결되는 현상의 모순을 비판함.
    • 소리라는 복합체에서 피치는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이를 등한시하는 것은 아이러니함.
    • 물리적으로 음색과 피치가 얽혀 있더라도 컴퓨터 도구를 통해 둘을 독립적으로 통제하고 사고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함.
  • 작곡가가 피치 구조를 무시하는 것은 일종의 '하향 평준화(dumbing down)'라고 강도 높게 비판함.
    • 작곡가가 피치에 대한 선택을 포기하는 것은 곧 청취자에게 중요한 세부 사항에 주의를 기울이지 말라고 요구하는 것과 같음.
  • 정밀한 피치 통제력이 상실된 원인들을 다각도로 추론함.
    • 새로운 기술의 도입으로 다른 작업들이 상대적으로 쉬워졌거나 주의를 분산시킴.
    • 과거 음렬주의(serialism)의 고도로 정치화된 헤게모니에 대한 거부감이 피치 소거에 대한 안도감으로 변모함.
    • 음악적 경향성이 한쪽 극단에서 완전히 정반대의 극단으로 이동하는 시계추 효과에 불과할 수 있음.
  • 전자음악이 지닌 진정한 미학적 우위는 새로운 의미의 층위를 '추가(adds)'하는 것에 있음을 강조함.
    • 환경음, 익숙한 기악, 완전히 비지시적인(nonreferential) 합성음, 음성 텍스트 등의 낯선 재료들이 충돌하며 층위를 만듦.
    • 이렇게 다양하고 복잡한 소스들 속에서도 피치는 여전히 분명히 존재하며, 음악가로서 가용한 모든 뉘앙스와 디테일은 결코 무시되어서는 안 됨.

[구체적 사례: 작품 (2000)를 통한 피치 구조의 활용 증명]

  • 저자 본인의 전자음악 작품인 를 통해 앞선 주장들의 구체적인 실현 양상을 분석함.
    • 이 작품은 아카이브 및 자동응답기에서 추출한 음성 텍스트 기록과 역사적 녹음 파편 등 다양한 소스를 겹겹이 쌓은 곡임.
  • 구조적 시간의 궤적을 형성하는 피치의 역할을 상세히 논증함.
    • 도입부: 피치가 있는 소스들이 빠르게 교차하며 주로 단조와 장조를 오가는 Eb 화음 복합체를 구축함.
    • 기악곡보다 훨씬 유동적이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소리임에도 불구하고, Eb에서 D로 (이후 다른 곳으로) 이동하는 뚜렷한 화성적 틀(harmonic framework)을 제공함.
    • 이러한 피치의 움직임이 업비트(upbeat) 느낌을 유발하여 말하는 목소리의 등장에 청취자의 주의를 집중시킴.
    • 중반부: G음 주변을 맴돌다가 이동하기 시작하면서 시간이 흐르는 감각을 극적으로 변화시킴.
  • '메타음악적 서사(metamusical narrative)'와 미분음(microtonal)의 가능성.
    • 시간의 개념을 언급하는 목소리 조각들이 가사 그리기 기법(word-painting technique)의 확장 형태로 활용됨.
    • 전통 악기를 모방하지 않는 만화경 같은 음향의 복합체 속에서도 피치의 선택이 전체의 서사적 뼈대를 지탱함.
    • 반드시 전통적인 평균율(tempered pitches)에 국한될 필요는 없으며, 주파수의 정밀 제어 도구를 통해 광범위한 미분음 튜닝의 우주를 수용할 수 있음을 덧붙임.

[분석론적 확장 및 역사적 선례의 중요성]

  • 피치 구조에 대한 이러한 통찰은 작곡뿐만 아니라 음악 분석(analysis)의 영역에도 동일하게 적용됨.
    • 피치를 예상하지 못했던 차원에서 유의미한 관계망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음.
  • 존 말리아(John Mallia)의 바레즈(Varèse) <전자시곡(Poème électronique)> 연구를 증거로 제시함.
    • 이 작품은 대개 광범위한 소리 재료의 스펙트럼 측면에서만 분석되어 옴.
    • 그러나 말리아의 연구는 악구(phrases)의 형성과 구조 전개에서 '화성적 관계(harmonic relationships)'가 매우 중요하게 작용했음을 증명함.
    • 나아가 이러한 구조들이 바레즈의 과거 기악 작품들에서도 이미 그 선례(precedence)가 존재했음을 밝혀냄.
  • 기악적 지식과 전자음악 매체의 통합적 진화를 역설하며 글을 맺음.
    • 작곡가들이 기악 곡을 다루며 얻은 음악적 지식을 스튜디오 작업으로 가져오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임.
    • 기술 혁신이 요구하는 바는 새로운 맥락을 활용해 새로운 음악적 가능성을 파생시키는 것이지, 과거의 미학적 고민들을 맹목적으로 폐기하는 것이 아님.
    • 새로운 형식은 언제나 진화적 사고와 혁명적 사고 간의 긴장 관계 속에서 발달해 왔으며, 전자음악 역시 역사적 선례의 가치를 전면 부정할 수는 없음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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