실재의 충돌 메시: 백룸, 디버그 공간, 그리고 게임 엔진의 언캐니

(worldmakingproject.substack.com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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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• [영화와 인터넷 밈으로 소비되는 '백룸(Backrooms)'을 단순한 호러가 아닌, 우주론적 상상력(cosmological imagination)의 귀환으로 분석함]
  • [미지의 세계(alien world)의 표상이 행성적, 생태적 차원을 넘어 인프라적이고 진부한 '디버그 공간(debug space)'으로 축소 및 변모했음을 추적함]
  • [현대인이 느끼는 '게임 엔진의 언캐니(game-engine uncanny)'를 통해 실재(reality)가 시스템이자 구축된 모델에 불과하다는 존재론적 공포를 구조화함]

[영화 <백룸>과 실재의 충돌 메시 (The Film 'Backrooms' and The Collision Mesh of the Real)]

  • 영화 <백룸(Backrooms)>의 한계이자 핵심을 '세계 자체가 주인공이 되려는 속성'에서 찾음
    • 백룸의 공포는 인간의 이성을 초월하여 애초에 인간을 필요로 하지 않는 확장된 '공간' 그 자체에서 기인함
    • 영화는 이러한 상태를 계속 유지하지 못하고 심리, 집착, 트라우마 등 인간 주체의 붕괴라는 익숙한 서사로 회귀하는 한계를 보임
    • 이는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(Tarkovsky)의 <솔라리스(Solaris)>가 지닌 맹점과도 유사함
      • 미지의 생각하는 행성이라는 가장 급진적인 설정이 기억, 죄책감, 사랑, 슬픔 등 인간의 감정으로 반복하여 이끌려 내려옴
  • 이러한 긴장감은 백룸이 단순한 인터넷 호러나 리미널 스페이스(liminal space)의 미학을 넘어 더 긴 역사를 지니고 있음을 증명함
    • 우주를 대자연이나 신성한 신비가 아닌, 시스템(system), 내부(interior), 모델(model), 유지보수 계층(maintenance layer)으로 바라보는 '우주론적 상상력(cosmological imagination)'의 최근의 귀환을 보여줌

[에이리언 월드의 계보학: 솔라리스에서 백룸까지 (History of the Alien World)]

  • 미지의 세계(alien world)는 <솔라리스>에서 <소멸의 땅>을 거쳐 <백룸>으로 진화해 왔음
    • 1단계: <솔라리스(Solaris)> - 행성적, 해양적, 형이상학적 우주
      • 인간 주체와 대면하는 '생각하는 세계'로, 기억을 물질로 반환하고 죄책감과 인식의 한계를 물리적 형태로 구현함
      • 스스로를 설명하지 않는 절대자와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구조적으로 신학적(theological) 질문을 제기함
    • 2단계: <서던 리치: 소멸의 땅(Annihilation)> - 생물학적, 생태학적 내면화
      • 미지의 존재가 외부가 아닌 내면으로 이동하여, 생물과 환경, 자아와 세계의 경계를 용해하고 변이시킴
      • '쉬머(The Shimmer)'는 해양적 지성이 아닌 생태학적 과정으로 작동하며, 에이리언이 자연의 내부를 변형시킴
    • 3단계: <백룸(Backrooms)> - 건축적, 절차적, 진부함(banal)의 무한
      • 노란색 벽지, 축축한 카펫, 형광등, 사무실 칸막이 등 끝없는 실내 공간의 형태를 띰
      • 친숙함과 정체성 부재가 혼재된 '나쁜 실내(bad interior)'로, 우주적 차원이 인프라적 차원으로 붕괴됨
  • 백룸은 웅장함(grandeur)이 고갈된 이후 현대 문화가 만들어낸 가장 명확한 무한(infinity)의 형태임
    • 신성, 심연, 웅장함에 대한 모든 권리를 포기하고 오직 카펫과 형광등으로 유지되는 '관리되는 공간(maintained space)'으로서의 절대자를 상징함

[집단적 신화와 리미널리티의 한계 (Collective Mythology and Liminality)]

  • 백룸의 기원과 집단적 세계 구축(worldmaking) 과정
    • 2019년 4chan 초자연 게시판에 올라온 노란색 실내 사진과 짧은 호러 텍스트에서 시작됨
    • 조심하지 않으면 현실에서 '노클립(noclip)'하여 습기 찬 카펫과 형광등 소리만 가득한 무한한 공간으로 떨어진다는 단순한 전제를 지님
    • 이후 위키, 비디오, 게임, 포럼 등을 통해 레벨, 엔티티, 지도, 생존 절차 등이 더해지며 인터넷 네이티브 민속 우주론(folk cosmology)으로 확장됨
  • 리미널리티(liminality) 개념을 통한 설명과 그 한계
    • 회랑, 대기실, 호텔 복도, 빈 학교 등 이행(transition)을 위해 설계된 공간이지만 그 이행이 무기한 유예(suspended)된 상태를 묘사함
    • 그러나 리미널리티는 백룸의 '분위기'만을 설명할 뿐, 이 공간의 더 깊은 존재론은 '노클립'이라는 동사에 내재되어 있음

[노클립과 게임 엔진의 언캐니 (Noclip and the Game-Engine Uncanny)]

  • 비디오 게임에서 기원한 백룸의 심층적 공간 논리
    • 노클립(Noclip)은 공포의 개념이기 이전에, 플레이어가 고정된 기하학적 구조를 통과해 레벨의 의도된 경계를 벗어나는 치트, 버그, 디버그(debug) 상태를 뜻하는 게임 개념임
    • 이를 통해 벽이 단순한 벽이 아니라, 시스템이 단단하다고 처리할 때만 단단해지는 '명령어(instruction)'이자 '충돌 조건(collision condition)'임을 깨닫게 됨
  • 기술적 경험의 형이상학적 전환
    • 현실 자체가 아래로 떨어질 수 있는 대상이 되고, 세계가 텍스처, 조명, 분할된 경계를 지닌 '레벨(level)'처럼 작동하기 시작함
    • 백룸은 세계가 모델링되었고 오직 부분적으로만 저작(authored)되었음을 폭로하는 '디버그 공간(debug space)'이자 공간적 나머지(remainder)임
  • 게임 엔진의 언캐니(game-engine uncanny)의 발생
    • 친숙한 공간이 '구축된 것'으로 드러나는 순간 덮쳐오는 낯설음을 의미함
    • 현실이 인공적이라는 철학적 의심을 공간화하여, 실재의 충돌 메시(collision mesh)를 뚫고 추락한 듯한 감각을 부여함

[인프라적 우주론의 귀환 (The Return of Infrastructural Cosmology)]

  • 백룸이 보여주는 모순적인 우주론적 상상력
    • 대양이나 별무리 대신 카펫과 형광등을 제시하며, 텅 비고 저해상도이며 거의 공격적일 정도로 진부함
    • 그러나 레벨, 규칙, 엔티티, 생존 프로토콜 등의 체계를 제안한다는 점에서 구조적으로 우주론적(cosmological)임
  • 우주적 상상력의 빈곤화와 인프라의 결합
    • AI, 시뮬레이션 우주론, 장기주의, 우주 식민지화 등 현대의 질문들이 서버실, 데이터 센터, 물류 창고 등 인프라 공간을 통해 상상됨
    • 전체성(totality)을 상상하는 매개체가 거대한 자연이 아닌 '내부 시스템(interior)'으로 귀환함

[무한한 실내: 노스톱 시티와 정크스페이스 (No-Stop City and Junkspace)]

  • 백룸 이전의 '무한한 실내'에 대한 건축적 진단들
    • 아키줌(Archizoom)의 '노스톱 시티(No-Stop City, 1969~1972)': 슈퍼마켓과 공장 바닥을 모델로 한 끝없는 에어컨/형광등 조명 도시로, 정성적 건축이 사라지는 자본주의적 합리화에 대한 비판을 담음
    • 렘 콜하스(Rem Koolhaas)의 '정크스페이스(Junkspace, 2002)': 공항, 쇼핑몰, 호텔 등 기원도 끝도 없이 퍼져나가는 에어컨 설비의 잉여 공간을 묘사함
  • 대중이 사라진 정크스페이스로서의 백룸
    • 역사성을 지닌 폐허나 상징적인 기념비와 거리를 둠
    • 목적(use)은 사라졌지만 작동(operation)은 계속되는 일반적인 공간 상태를 보여줌
    • 조명과 에어컨 소리 등 쓸모가 사라진 시스템의 유지보수가 지속된다는 점이 공포를 유발함

[기이함(The Eerie)과 진부함의 권력 (The Eerie and the Power of Banality)]

  • 마크 피셔(Mark Fisher)의 '기이함(the eerie)' 개념 적용
    • 있어야 할 곳에 무언가가 부재하거나, 없어야 할 곳에 무언가가 현전할 때 발생하는 불안을 의미함
    • 백룸은 카펫 설치, 조명, 벽의 반복 등 공간을 만든 힘의 흔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환경 이면의 '주체(agency)'가 나타나지 않아 기이함을 자아냄
    • 단순히 비어 있는(empty) 것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비워진(emptied) 느낌을 줌
  • 시스템적, 인프라적 주체의 공포
    • 귀신 들린 공간과 달리, 무언가가 들어온 것이 아니라 무언가가 '철수(withdrawn)'한 느낌을 줌
    • 공간 자체가 숨겨진 시스템의 살아남은 작용처럼 느껴지게 함
  • 현대 권력의 공간적 형태로서의 '진부함(banality)'
    • 백룸은 병원, 물류센터, 공항 등 일상에서 배경으로 치부되던 가장 진부한 공간들을 가져와 그 안에 잠재된 우주론을 끌어냄
    • 이 세계 구축은 최소한의 규칙(프레임 너머의 연속, 패턴화, 작가 미상)만으로 무한한 세계를 펼쳐내는 강력함을 지님

[디버그 공간의 민속 우주론 (The Folk Cosmology of Debug Space)]

  • 서사가 아닌 '조건(condition)'으로서의 백룸
    • 특정 비디오나 게임이 구체적 형태를 부여하더라도, 전통적인 저자성을 거부하고 위키처럼 집단적으로 수정 및 확장됨
    • 디버그 공간의 본질상 미완성일 수밖에 없으며, 세계 구축 자체가 만들어낸 '나머지(remainder)' 공간임
  • 게임 엔진 세대의 첫 번째 주요 민속 우주론
    • 실재의 모든 벽에 '이음새(seam)'가 있다는 의심을 공간화함
    • 세계에 외부가 존재하며, 그 외부가 초월적인 차원이 아니라 세계의 밑바닥, 즉 '유지보수 계층(maintenance layer)'이나 '디버그 룸'에 존재한다는 사실의 공포를 보여줌

[주석 (Notes)]

  • 존(Zone)에 대하여
    • <솔라리스>와 <소멸의 땅>을 잇는 진정한 중간항은 스트루가츠키 형제와 타르코프스키의 <잠입자(Stalker)>에 등장하는 '존(Zone)'임
    • 신체를 변형시키는 '쉬머'와 달리, 규칙이 지배하고 틈새를 유지한다는 점에서 백룸과 더 밀접함
  • 초기 이미지(founding image)에 대하여
    • 2019년 4chan에서 시작되었으며, '노클립'이라는 동사도 해당 게시글의 캡션에서 기원함
    • 이후 팬데믹 락다운으로 인해 전 세계의 복도와 대기실이 비워지면서 사적 직관이 공통의 경험으로 증폭됨
  • 문턱(threshold)에 대하여
    • 반 제넵(van Gennep)과 빅터 터너(Victor Turner)의 리미널리티 통과 의례 개념은 항상 '귀환'을 전제함
    • 반면 백룸은 통과 의례가 완료되지 못하고 영원히 열려 있는 '영구화된 중간항'임
  • 언캐니(uncanny)에 대하여
    • '게임 엔진의 언캐니'는 친숙한 것이 낯설어지는 프로이트의 언캐니(unheimlich)의 계보를 이음
    • 대중은 마사히로 모리(Masahiro Mori)의 불쾌한 골짜기(uncanny valley)를 자주 언급하지만 이는 인물이나 로봇에 적합하며, 안토니 비들러(Anthony Vidler)의 '건축적 언캐니(Architectural Uncanny)'가 더 정확한 기원임
  • 비장소(non-place)에 대하여
    • 마르크 오제(Marc Augé)의 비장소 개념은 터미널처럼 목적지를 전제로 할 때만 견딜 수 있음
    • 백룸은 목적지를 삭제하여 일시성을 영구화함으로써 비장소를 절대화함
  • 영화에 대하여
    • Kane Parsons 감독의 2026년 영화는 탐험가를 지도 제작자로 묘사하며 위키의 체계화 충동에 인간의 얼굴을 부여함
    • 그러나 인간 중심주의를 거부해야 하는 세계관을 서사적으로 각색하는 데 따르는 난점을 동시에 드러냄
  • 음악에 대하여
    • 영화 엔딩에 사용된 Boards of Canada의 "The World Becomes Flesh"는 인터넷 네이티브 호러와 아날로그 교육 매체의 불안감이 완벽히 정렬된 사례임
    • 게임 엔진 공간에서 탄생한 영화가 제도적 기억과 유령 신호를 다루는 밴드의 음악으로 끝난다는 점에서 세대 간의 의미 있는 결합을 보여줌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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