종단 속도: 댄스 음악 리믹스의 문화적 논리

(bluelabyrinths.com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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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• 영국 댄스 음악 씬을 지배하는 에딧(Edit) 문화는 기계적 복제와 자본주의적 주의력 경제가 빚어낸 향수(Nostalgia)의 산물임.
  • 발터 벤야민(Walter Benjamin)과 폴 비릴리오(Paul Virilio)의 이론을 빌려, 에딧이 원본의 아우라를 해체하는 무정부주의적 포크 성향을 띠는 동시에, 대중을 과거 집착적 피드백 루프에 가두는 모순을 분석함.
  • 자본주의적 가속 속에서 대중문화는 자기 참조적 루프가 극도로 좁아지는 종단 속도(Terminal Velocity)에 도달하고 있으나, 샘플링의 해체적 잠재력을 통한 일말의 낙관적 탈출구를 엿봄.

[영국 댄스 음악 씬에서의 에딧 문화의 부상과 지배력]

  • 현대 영국 댄스 음악 씬에서 에딧(Edit)의 존재감은 절대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함.
    • 부틀렉(Bootleg), 리픽스(Refix), 리워크(Rework)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에딧은, 대중적으로 유명한 곡의 큰 덩어리를 가져와 현대적인 타악기적 감각(percussive sensibilities)에 맞춰 자유롭게 재작업하는 방식을 의미함.
    • 리믹스(Remix)가 원본 소스를 완전히 새로운 형태로 재맥락화하고 재배치하는 것에 비해, 에딧은 훨씬 가벼운 편집(editorial touch)을 가함.
      • 에딧은 원본 곡의 정체성을 즉각적으로 인지할 수 있게 유지하면서도, 그 믹스 안에 최대한 많은 왜곡된 베이스라인과 강렬하게 쿵쿵거리는 드럼을 주입하는 형태를 취함.
  • 클럽 현장에서의 에딧의 폭발적인 파급력.
    • 100% 에딧과 부틀렉으로만 구성된 디제이 셋(DJ set)을 보는 것은 드문 일이지만, DJ가 에딧을 틀 때 관중들은 열광적으로 반응함.
    • 영국의 개러지(Garage)나 드럼 앤 베이스(Drum and Bass) 클럽 밤거리에서 최소 한 곡 이상의 부틀렉이 재생되고, 최소 한 번 이상의 휠업(wheel-up, 환호에 힘입어 곡을 처음부터 다시 트는 행위)을 이끌어내는 것은 기정사실임.
    • 청자에게 익숙함과 낯섦, 거리감과 근접성을 동시에 창출하며 내재적인 즐거움을 선사함.

[동크(Donk) 장르를 통해 본 에딧의 유희적 속성과 한계]

  • 에딧 문화의 최정점에 위치한 동크(Donk) 장르의 미학적 특성 분석.
    • 동크 장르는 160bpm 이상의 해피 하드코어 드럼을 배경으로 질주하는 시그니처 바운스 베이스 스탭(동크 그 자체)이 지배하는, 다소 광대 같은(clownish) 청각적 미학을 지님.
    • 벵가보이즈(Vengaboys)의 'Boom, Boom, Boom, Boom!!'의 동크 리믹스처럼, 프로듀서가 청자를 짜증 나게 하거나 즐겁게 하거나 웃기려는 목적을 동시에 가진 것처럼 들리게 함.
    • 무의식적으로 캠프(Camp)적이며 끝없이 오락적인 성격을 지녀, 창작자 스스로도 이를 '장난(joke)' 장르로 묘사할 정도임.
  • 유머가 개척한 전위적인 에딧의 공간.
    • 코미디는 종종 사람들이 새로운 길을 개척할 수 있는 공간을 열어주며, 동크 DJ들은 타 장르가 에딧에 눈뜨기 훨씬 전부터 에딧을 적극적으로 소비하고 소비하게 만듦.
    • 지난 몇 년간 동크의 존재 이유(raison d'etre)는 S Club 7, 브리트니 스피어스 등 90년대 후반~00년대 초반의 키치하면서도 대중이 내심 즐기는 오글거리는 노래들을 180bpm의 기괴한 에딧으로 변모시키는 데 있었음.
    • 심지어 아일랜드 반군 노래(Irish rebel songs)를 묵직한 베이스라인과 결합한 동크 에딧도 존재할 만큼 표현의 한계가 없음.
  • 그러나 동크 역시 굳어진 역사의 훨씬 더 넓은 질량 위에 자리 잡은 하나의 '봉우리'에 불과함을 지적함.

[오리지널의 부재: 구전통과 기계적 복제 이전의 노래]

  • 오늘날 에딧이라고 부르는 행위의 역사적 기원 탐구.
    • 과거에는 오늘날의 에딧에 해당하는 작업물들이 단순히 '노래(songs)'로 불렸음.
    • 과거 창작자들은 타인이 그 곡을 좋아하고, 복사하고, 다른 사람에게 다시 불러주기를 바라는 전제 하에 곡을 썼음.
    • 포크 음악(Folk music), 구전 역사, 그리고 대면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모든 서정적이고 리듬감 있는 방식들이 이러한 복제와 전승의 형태를 띰.
    • 대중 매체 통신 기술의 강렬함과 속도에 의해 이러한 원시적 전달 방식은 이후 타락하고, 왜곡되며, 재포장되었음.

[발터 벤야민의 기계적 복제 시대와 음악의 존재론]

  • 발터 벤야민(Walter Benjamin)의 『기계적 복제 시대의 예술 작품』 개념의 차용.
    • 벤야민은 예술 이미지를 완벽에 가깝게 복제할 수 있는 능력이 예술의 문화적 기능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킨다고 주장함.
    • 기계적 복제는 예술 작품을 특정 시간과 공간의 위치에서 뿌리 뽑아(deracinate), 상품 교환의 탈곡기 속으로 던져 넣음.
  • 시각 예술과 청각 예술 간의 오리지널리티(Originality) 개념 차이 적용.
    • 시각 예술은 루브르 박물관의 '모나리자'처럼 명확한 원본이 존재하여, 다빈치의 화석화된 붓터치 자체가 구글 이미지 검색본이 가질 수 없는 무게감(아우라)을 부여함.
    • 반면 음악과 같은 청각 예술은 탄생의 행위 자체에 의해 소비되는, 즉 끝날 수밖에 없는 피할 수 없는 시간성(temporality)을 지님.
  • 기계적 녹음 이전 음악의 원본성 부재.
    • 기계적 녹음 이전의 모든 노래는 보존될 '원본의 붓터치'가 존재하지 않았기에 기술적으로 모두 부틀렉이었음.
    • 노래는 매 공연마다 재해석되고 반복됨으로써만 생존할 수 있었음.
    • 따라서 음악에서 오리지널 녹음본은 사실 특정 공연이나 스튜디오 세션의 이미 훼손된 재현(corrupted representation)에 불과함.
    • 오리지널 음반은 합법적 권리가 없음에도 권위를 시뮬레이션하는 '봉건 군주'와 같으며, 원본은 애초에 존재한 적 없고 단지 아티스트가 선택하여 타 복제본보다 더 가치를 인정받은 '복제본'만 존재할 뿐임.

[지적 재산권과 샘플링 기반 댄스 음악의 아나키즘적 포크 정신]

  • 벤야민의 도식에서 음악이 차지하는 모순적이고 꿈틀거리는 위치.
    • 음악은 대량 판매를 위해 스스로를 '부틀렉'해야 한다는 사실로 인해 기계적 재생산에 의해 타락하지만, 동시에 특정한 하나의 복제본을 오리지널로 거짓 위장하기 위해 그 재생산 행위에 철저히 의존함.
    • 오리지널 음반은 내부에 근절할 수 없는 부틀렉의 흔적을 품고 있으며, 국가의 폭력적 장치인 지적 재산권법(IP law)을 통해 이를 은폐함.
    • 이러한 법은 부틀렉을 '나쁜 복제본', '불법'으로 규정하여 소리, 가사, 멜로디의 대중 시장 유통에 대한 절대적 권력을 확보하는 수단임.
  •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부수는 댄스 음악의 에딧 전통.
    • 1960년대 자메이카의 덥(Dub) 문화(기존 곡에 유령 같은 에코와 다른 곡의 리프를 삽입하는 리믹스 행위)에 뿌리를 둔 영국 샘플 기반 댄스 음악은 지적 재산권의 경계에 침을 뱉는 것을 목표로 삼음.
    • 당시 자메이카의 느슨한 저작권법은 아티스트들이 레게나 스카 음악의 리듬과 멜로디를 자유롭게 차용하게 했고, 합법적 원본과 훼손된 부틀렉 간의 경계를 허물어 음악을 끊임없이 변이하는 '바이러스성 무리(viral swarm)'로 만듦.
  • 후기 자본주의적 펑크 혹은 포스트모던 무정부주의 포크로서의 샘플링.
    • 샘플 기반 전자음악은 위에서 아래로 통제하려는 엘리트의 문화적 포획(cultural capture) 시도에 저항하는 상향식(bottom-up) 정치-문화적 주체의 힘을 지님.
    • 에딧과 부틀렉은 전근대적 포크송을 수세기 동안 지속시켰던 기술의 연장선에 있으며, 인용이자 풍자, 패러디이자 혼성모방(pastiche)으로서 기능함.

[향수(Nostalgia) 피드백 루프와 반동적 체제 순응]

  • 문화적 포획에 저항하는 샘플링의 내재적 모순과 향수(Nostalgia)의 문제점.
    • 샘플 기반 음악이 포획에 저항하는 끈질긴 생명력을 가졌다 하더라도, 체제에 순응하게 되거나 스스로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음.
    • 포크 음악의 가장 반동적인 요소는 '전통'에 의존한다는 점이며, 존재한 적 없는 과거의 세계를 재구성하려는 과거 회귀적 충동은 현실 안주를 야기함.
    • 현대의 에딧 문화는 이러한 과거 회귀적 사고방식을 강하게 띠고 있음.
  • 정치·문화적 정체와 영원한 현재(perpetual present)의 평행선.
    • 브리트니 스피어스, DJ 캐스퍼, 섀기(Shaggy) 등의 곡 위에 광적인 드럼을 얹은 음악을 들으며 대중은 댄스플로어의 열기와 어린 시절의 기억을 연결짓고 최근의 과거로 지평을 접어 넘김.
    • 이러한 기억과 향수에 대한 집착은 리부트, 리메이크, 리워크에 매몰된 현재 서구 문화의 집착과 정확히 일치함.
    • 이는 영국 사회가 토리당의 잔인함, 이를 왜곡된 거울처럼 모방하는 노동당, 조앤 K. 롤링의 해리포터 실사화 등 1990년대 후반이나 2000년대 초반에서 멈춘 듯, 영원한 현재의 익숙한 형태로 끝없이 접혀 들어가는 정치-문화적 풍경과 맞닿아 있음.

[틱톡(TikTok)과 주의력 경제 속 샘플링 권력의 역전]

  • 현대 통신 기술이 가속화하는 향수 루프와 즉각적 인식가능성(instant recognisability).
    • 틱톡(TikTok)과 같은 플랫폼의 무한 동력은 음악과 가장 잘 맞아떨어지는 '즉각적인 인식가능성'이라는 정동적(affective) 관계를 연료로 삼음.
    • 원곡의 피치를 높여 광기 어린 느낌을 주는 2000년대 후반 마이크로 장르인 나이트코어(Nightcore)의 부활도 동일한 맥락에서 발생함.
    • 사람들은 완전히 새로운 것을 소비한다고 믿게 만드는 얇은 '새로움의 겉껍질' 뒤에 숨겨진 익숙한 노래를 갈망함.
  • 압축된 청취 모드와 샘플링의 본래적 기능 상실.
    • 하루 24시간 내에 더 많은 클릭과 광고를 쥐어짜내야 하는 주의력 경제(Attention economy)의 압박은 청취 모드를 극도로 압축시킴.
    • 사용자 시선을 화면에 고정시키기 위해 곡은 더 짧고 빨라지며, 즉각적으로 인식되고 반응해야 한다는 굴레에 갇힘.
    • 긴 시간에 걸쳐 내면에서 피어나는 귀벌레(earworm) 같은 음악적 전개나, 낯선 소리를 통한 유령 같은 흔적의 재구성은 사용자의 스와이프(swipe)를 유발하므로 배제됨.
  • 샘플링의 해체적 힘이 봉합의 도구로 역전되는 현상.
    • 과거 샘플링이 음악을 파편화하는 힘이었다면, 이제는 기계적이고 낯선 댄스 비트를 대중이 소화하기 쉽도록 익숙한 향수 속에 꿰매는(stitch-together) 도구로 전락함.
    • 부틀렉의 기원을 은폐하려 했던 오리지널 음악이, 이제는 부틀렉이라는 번데기 안에서 부풀어 오르는 '기생 말벌(parasitic wasp)'처럼 돌아와 숙주를 집어삼키고 있음.

[폴 비릴리오의 속도학(Dromology)과 문화적 종단 속도]

  • 폴 비릴리오(Paul Virilio)의 시간 전쟁(War on time) 개념 적용.
    • 비릴리오는 현대 자본주의를 시간에 대한 전쟁으로 파악하며, 기술과 속도의 증가가 삶의 모든 측면을 이음새 없는 스트림으로 압축한다고 분석함.
    • 자동화된 계기판이 비행기를 비인간적인 속도로 움직일 때 조종석에 묶여 있는 조종사처럼, 끊임없는 가속의 욕구는 우리를 우리 자신의 문화와 삶의 수동적인 승객(passengers) 혹은 관중(spectators)으로 전락시킴.
  • 재귀적 피드백 루프(recursive feedback loop)와 종단 속도(Terminal Velocity).
    • 대중은 댄스플로어에 갇혀 익숙하지만 알지 못하는 노래들을 들으며,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것을 만들지 못해 죽지 못하는 과거의 청각적 메아리 속에서 목욕하고 있음.
    • 즉각성, 향수, 끝없는 콘텐츠에 대한 집착은 원래 샘플링이 가졌던 아나키즘의 정반대면을 보여줌.
    • 우리는 문화적 생산의 관중이 되어 향수 증폭의 나선에 갇혀 있음. 80년대 향수를 10년도 안 되어 소비하고, 90년대를 찢고 나와 쓰레기 같은 유로댄스와 테크노 클럽의 트랜스 부활 등 초기 밀레니엄 음악의 흔적들을 포스트 아이러니하게 게워냄.
    • 자기 참조적 문화는 가속하고 피드백 루프는 점점 좁아져 종단 속도에 도달함. 이는 곧 "뱀이 자신의 꼬리 전체를 먹어 치우려 하는" 파국적 위기를 의미함.

[결론: 터미널 벨로시티 너머의 해체적 대안과 일말의 낙관론]

  • 향수 신진대사의 파괴와 새로운 에스토릭(esoteric) 향수의 등장.
    • 저자는 문화적 신진대사가 완전히 망가져 동면을 잘못한 곰처럼 남은 저장물을 모두 먹어치운 후 어떤 일이 벌어질지 확신하지 못함.
    • 바다 요정(sea shanties) 밈이나, 애프터 파티의 '음악광' 밈에 등장하는 '니플펑크(nipplefunk)', '신자유주의 아스트로 재즈', '허세 부리는 컷-록(pretentious cunt-rock)' 같은 훨씬 더 기괴하고 난해한 형태의 향수로 전환될 것임을 예측함.
  • 그럼에도 잔존하는 샘플링의 탈주 가능성.
    • 어떠한 문화도 단일한 덩어리(monolithic)가 될 수 없으며, 에딧과 부틀렉이 현대 씬에서 헤게모니적 역할을 수행하더라도 씬을 완전히 총체화(totalise)할 수는 없음.
    • 문화가 종단 속도를 향해 가속하는 와중에도 원본을 가지고 놀며, 재매개하고 재맥락화하여 지시 대상들을 다시 유령(ghosts)으로 증발시키는 샘플링의 모드들이 여전히 남아 있음.
  • 구체적 사례를 통한 음악적 낙관주의 도출.
    • 코코 브라이스(Coco Bryce)의 'Ma Bae Be Luv'라는 트랙은 슈프림스(Supremes)의 'Baby Love' 보컬 훅을 약간 어긋나게 배치하여 익숙함과 거리감을 동시에 촉발함.
    • 빛나는 패드음 아래에서 원곡의 코러스가 숨 막히듯 묻혀 있어, 원곡이 들리긴 하지만 '원래 있어야 할 모습'이 아닌 파편화된 형태로 존재함.
    • 이 노래 역시 94~97년 영국 정글(Jungle) 씬의 템포와 시간성에 갇혀 있다는 한계를 갖지만,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전복적 샘플링 방식에서 여전히 낙관적인(optimistic) 미래의 가능성을 느낌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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